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백제의 혼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탑

백제의 마지막 찬란함을 간직한 석탑

충청남도 부여에 위치한 정림사지 5층석탑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성의 중심에 자리한 사찰, 정림사의 옛터에 세워진 석탑입니다. 1962년 국보 제9호로 지정되었으며, 백제 석탑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손꼽힙니다.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출처: 국가유산청


역사 속에 묻힌 진실과 오해

정림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삼국통일 이후에도 불교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하면서 정림사는 쇠락의 길을 걸었고, 탑 역시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어 그 존재가 잊혀졌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탑이 한때 ‘평제탑’이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입니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을 이끌고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이 탑에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를 남겼다는 잘못된 기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정림사지 5층석탑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목탑의 아름다움을 석탑으로 승화시킨 걸작

정림사지 5층석탑은 좁고 낮은 1단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세운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단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특히 기단과 탑신의 각 층에 기둥을 세우고, 하부에서 상부로 갈수록 기둥의 폭을 줄이는 민흘림 기법은 목조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석탑에 적용한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줍니다. 얇고 넓은 지붕돌은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을 주며, 처마의 네 귀퉁이가 부드럽게 들려져 우아한 자태를 연출합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정림사지 5층석탑이 단순한 종교 건축물을 넘어, 백제인들의 뛰어난 건축 기술과 예술 감각을 보여주는 걸작임을 증명합니다. 좁고 얕은 1단의 기단과 민흘림 기법의 기둥 표현, 얇고 넓은 지붕돌의 형태 등은 목조 건축의 형식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단순한 모방이 아닌 세련되고 창의적인 조형을 보여주며, 전체의 형태가 매우 장중하고 아름답습니다.


백제 석탑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

정림사지 5층석탑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함께 2기만 남아있는 백제시대의 석탑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두 탑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백제 석탑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정림사지 5층석탑은 세련되고 정제된 조형미를 통해 격조 높은 기품을 풍기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백제의 혼을 간직한 문화유산

정림사지 5층석탑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백제인들의 혼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입니다. 이 탑을 통해 우리는 백제라는 위대한 고대 국가의 찬란한 문화와 예술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풍파를 견뎌내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 탑은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과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마무리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은 백제의 혼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이 탑을 통해 우리는 백제인들의 뛰어난 건축 기술과 예술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역사의 소중함과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