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신라 불교 미술의 정수를 담은 불멸의 걸작

신라 불교 미술의 꽃, 쌍사자 석등

깊은 산중 속, 웅장한 법주사 경내에 자리한 쌍사자 석등은 단순한 석조물을 넘어 신라 불교 미술의 정수를 담은 불멸의 걸작입니다. 1962년 국보 제5호로 지정된 이 석등은 8세기 초, 신라 성덕왕 19년(720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
출처: 국가유산청


두 마리 사자의 조화로운 어울림

넓다란 8각의 바닥돌 위에 우뚝 서 있는 쌍사자 석등은 그 형태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두 마리 사자가 마치 형제처럼 서로의 가슴을 맞대고 뒷발로 아래돌을 든든히 디디고 서 있습니다. 앞발과 주둥이로는 윗돌을 받치고 있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듯한 경건한 자세를 연출합니다.

사자의 표현은 가히 압권입니다. 섬세하게 표현된 갈기와 근육은 사자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윗돌에 새겨진 연꽃무늬는 옛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하며,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자 조각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불을 밝히는 화사석과 소박한 지붕돌

불을 밝히는 화사석은 8각으로 높직하게 만들어졌으며, 네 곳에 창을 내어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도록 하였습니다. 지붕돌은 처마 밑이 수평을 이루다가 여덟 귀퉁이에서 위로 살짝 들려 있는데, 꾸밈을 최소화하여 소박하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조금 큰 듯한 지붕돌은 넓적한 바닥돌과 조화를 이루며 장중한 품격을 더합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비례감과 간결한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통일신라 석등의 새로운 지평을 연 획기적인 작품

통일신라 시대는 불교 미술이 크게 발전한 시기로, 다양한 형태의 석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쌍사자 석등은 8각 기둥을 주로 사용하던 당시의 일반적인 석등 양식에서 벗어나 두 마리의 사자를 기둥으로 활용한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이러한 독창적인 구성은 통일신라뿐만 아니라 후대의 석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

쌍사자 석등이 조성된 8세기 초는 신라가 통일을 이루고 국력이 강성해지던 시기였습니다. 불교는 국가의 종교로 자리 잡았으며, 불교 미술은 왕실과 귀족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번성하였습니다.

쌍사자 석등은 단순히 불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하고 신라인들의 종교적 신념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체였습니다. 사자는 불교에서 부처님의 위엄과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로, 쌍사자 석등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는 신라인들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법주사 사천왕 석등과 함께 통일신라 석등의 대표작

같은 절 안에 있는 보은 법주사 사천왕 석등과 함께 쌍사자 석등은 통일신라 석등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두 석등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신라 불교 미술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닙니다.


결론

보은 법주사 쌍사자 석등은 1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훼손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에게 신라 불교 미술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조형미, 역사적 의미, 그리고 불교적인 상징성을 모두 갖춘 쌍사자 석등은 우리 문화유산의 보고이며,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