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애환과 신앙심이 응축된 삼존불
서광암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은 단순한 돌덩이를 넘어, 백제 멸망 이후 유민들의 애환과 신앙심이 응축된 역사적, 예술적 걸작입니다. 충청남도 연기군 조치원 인근 서광암에서 발견된 이 비상은 사각형의 돌 전체에 불상을 새긴 독특한 형태로, 앞면의 삼존불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글이 새겨져 있고, 나머지 면에는 작은 불상들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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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존불: 백제 보살상의 전형
삼존불은 연꽃무늬가 새겨진 기단 위에 조각되어 있으며, 중앙의 본존불을 중심으로 양 옆에 협시보살이 서 있습니다. 특히 협시보살의 무릎 부분에서 옷자락이 X자형으로 교차되는 모습은 삼국시대 보살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비록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지만, 남아 있는 머리광배의 연꽃무늬와 불꽃무늬는 당시 불교 조각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천불: 망국의 한과 선조들의 명복을 빌다
삼존불 외에도 비석 전체에 새겨진 작은 불상들은 깨진 부분까지 감안하면 천불을 표현하려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작은 불상들은 모두 머리광배를 지니고 있으며, 옷은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일정합니다. 이는 백제 유민들이 망국의 한과 선조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천불을 조성하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역사적 의미: 신라 문무왕 13년(673)
비상에 새겨진 글을 통해 이 작품이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백제가 멸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백제 유민들의 깊은 상심과 절망감을 짐작하게 합니다.
결론: 역사와 예술이 깃든 걸작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은 단순한 불상을 넘어, 백제 멸망 이후 유민들의 애환과 신앙심이 응축된 역사적, 예술적 걸작입니다. 이 비상은 백제 불교 조각의 특징을 보여주는 동시에, 망국의 한을 극복하고자 했던 백제 유민들의 강인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