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궁의 별궁, 안압지와 임해전

경주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지 중 하나인 안압지(雁鴨池)는 신라 왕궁의 별궁터로, 신라 왕자들이 머물던 동궁(東宮)의 일부였습니다. 이곳은 왕실의 연회가 열리거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진행되던 장소로,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후백제의 견훤에게 공격을 받은 후 고려 왕건을 초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동궁과 월지 1건물 ©국가유산청

안압지의 역사와 창건 배경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후 문무왕 14년(674년)에 아름다운 연못을 조성하였습니다. 안압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뛰어난 조경 기술과 자연을 향한 미적 감각이 결합된 신라 원지(苑池)의 대표적인 유적입니다. 안압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 못 중앙에 3개의 인공 섬을 조성
• 못의 북쪽과 동쪽에 12개의 작은 봉우리를 배치
•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고, 진귀한 새와 짐승을 길러 자연 속 궁궐을 형성

이러한 조경 방식은 중국 당나라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지만, 한국적인 정원 양식이 반영된 독창적인 형태로 평가받습니다.

동궁과 월지 2건물 ©국가유산청

안압지와 임해전의 명칭 유래

현재는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삼국사기』에는 '안압지'라는 명칭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임해전(臨海殿)'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조선 시대의 문헌인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안압지 서쪽에 임해전이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의 연못이 안압지였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압지'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이후에 붙여진 것으로, 기러기(雁)와 오리(鴨)가 노니는 연못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복원 이후, 원래의 명칭인 '동궁과 월지(月池)'로 변경되었습니다.

동궁과 월지 연못 ©국가유산청

일제강점기와 복원 과정

일제강점기에는 철도가 이곳을 가로질러 지나가면서 많은 훼손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고, 현재는 신라 시대 건물터 일부와 연못이 복원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발굴 과정에서 26곳의 건물터가 확인되었으며, 그중 서쪽 못가의 신라 건물터로 추정되는 5개 건물터 중 3곳이 복원되었습니다. 또한, 신라 왕궁의 별궁으로 사용된 임해전이 문무왕 시대(680년)에 건립된 것임을 증명하는 벽돌이 출토되면서 역사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동궁과 월지 수조유구 ©국가유산청

안압지에서 발견된 유물들

안압지에서는 다양한 신라 시대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조로 2년(調露 二年, 680)'이 새겨진 벽돌로, 이를 통해 안압지가 문무왕 시대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토기, 대접, 접시 등 생활 도구들도 발견되었으며, 이는 무덤에서 출토되는 부장품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된 것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안압지 전경 ©국가유산청

안압지 여행 가이드

경주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가 바로 안압지(동궁과 월지)입니다.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저녁 시간에 방문하면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1. 위치 및 운영 정보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 102 (인왕동)
• 운영시간: 09:00~22:00 (입장 마감 21:30)
• 입장료: 성인 3,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000원

2. 추천 방문 시간

• 낮: 맑은 하늘 아래 푸른 연못과 복원된 신라 건축물을 감상 가능
• 저녁: 조명이 비치는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대

3. 주변 관광 명소

• 첨성대 (도보 10분 거리) – 신라 시대 천문 관측소
• 대릉원 (도보 15분 거리) – 천마총 등 신라 왕릉이 위치
• 국립경주박물관 (차량 5분 거리) – 신라 시대 유물 관람 가능

경주 안압지 ©국가유산청

마무리

안압지는 신라의 궁정 문화와 조경 기술이 집약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적지입니다. 신라 시대 왕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며, 특히 야경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여행 코스입니다. 경주를 방문한다면, 꼭 안압지를 둘러보며 신라 천년의 역사를 직접 체험해 보세요!